2022. 1. 18. 17:20ㆍHealth/Mind
2021년 하반기는 내 생애 가장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는 일이 많은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석사 마지막 쿼터라서 무엇보다 졸업 요건을 맞추기 위해 학위 논문도 마무리하고, 학교에서 일자리로 소속을 바꾸면서 비자 변동 사항도 신청하고, 거기다가 박사 과정을 지원까지 했다.
이 중에 하나라도 마음을 졸이게 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첫 번째 두 가지에 관해서는, 절차 상으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것이라서 의무감에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반면에 마지막 박사 지원은 이왕 시작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 반, 지칠 대로 지쳐서 학교 다니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돈 많이 받고 일하고 싶다는 마음 반, 이렇게 상충된 복잡한 마음으로 임했었다.
어렵게 들어간 석사 과정인 만큼 졸업하기 전에 가능한 만큼 최대한 학교에 있는 리소스를 활용하자!라는 생각으로, 주중에는 수업을 듣고 논문을 마무리하는 것에 집중하고, 주말에는 박사 과정 지원에 필요한 요건들을 하나씩 완성해나갔다. 연구에 관한 에세이 (Statement of Purpose)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는 에세이 (Personal Statement)는 늦여름부터 내용을 준비해서 학기 중에는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다듬어갔다. 이 외에도 지난 이 년간 같이 일한 어드바이저 교수님, 머신 러닝 수업을 들은 학과 교수님, 그리고 학부 때 캡스톤 프로젝트를 지도해주신 인더스트리에서 Chief Data Scientist로 일하고 계신 교수님께 추천서를 요청했다.
어차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오퍼를 억셉했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적어도 1-2년은 일할 생각이라서 올해 박사 과정에 합격하면 좋고, 아니면 다시 지원하면 되지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다. 하지만 여러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다 보니 점점 가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내심 한 번에 붙었으면 좋겠다는 어쩌면 비현실적인 소망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박사 과정 지원 타임라인에 대해 간략히 정리를 하자면, 보통 지원서는 12월 초 또는 중순에 마감을 하고, 각 학과별로 입학 전형 위원회가 서류를 검토하고 지원자의 적성과 연구 주제를 바탕으로 적합한 연구실을 연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연구실의 교수님은 지원자를 직접 컨택해서 핏을 확인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합격한 사람들은 이 과정을 거친다. 일반 회사에서 지원하는 것처럼, 서류 심사를 통해 폰 스크리닝 또는 온사이트 면접을 통과한 사람들을 최종적으로 뽑는 것이다.
대부분 교수님은 바쁘기 때문에 적합성이 긴가민가한 불확실한 지원자에게 인터뷰 기회를 주지 않아서 사실상 박사 과정 지원에 있어 인터뷰는 어떻게 보면 어느 정도 확정된 합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지원서 마감 한 달이 지났는데 관련 랩에서 인터뷰 요청이 없다면 서류 심사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아쉽게도 나는 지원서 제출 한달이 지난 이 시점에 아무런 인터뷰 요청도 받지 않았다. 매일 눈을 뜨자마자 메일함과 심지어 스팸함까지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는데, 이제는 헛된 희망을 버리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후회가 남지 않을만큼 온전하게 열심히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절이 쓰라리지 않은 것은 또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대충 한번 시도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던 것 같아 죄책감이 드는데, 이렇게 글로 써서 풀어내니 그나마 복잡한 마음이 사그라들어 덤덤해지는 것 같다.
이미 내 손을 떠난 통제 밖에 있는 결과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선택지 하나가 줄어든 만큼, 현재 갖고 있는 기회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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