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8. 15:51ㆍHealth/Mind
0. Background & Motivation
대학원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적성에 맞는 공부 방법을 찾아 처음으로 Straight A's를 받은 기념으로 최악의 GPA를 받은 2017년과 비교해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돌아보며 이를 바탕으로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로서 저는 모든 letter grade를 A부터 F까지 골고루 모아서 컬렉션을 완성한 후, 최종적으로 A에 수렴하게 되었습니다!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교수가 되면 학생들의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죠? 부디 현재 있는 프로그램 끝까지 잘 유지해야 될 텐데요. 일단 1년 차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2017년과 2020년을 나란히 살펴보자면, 학교와 학과 등 여러 가지 외부적 요인이 다르므로 일대일로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통제할 수 없는 환경적인 면을 제외하고, 스스로 도입한 변화(생활 및 공부 패턴)들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내용은 굉장히 개인적이고 제 주관적인 경험에 바탕한 것으로, 모두에게 적용 가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참고하시고 독자분들도 "아, 이 사람은 이렇게 공부하네. 나도 저렇게 해볼까?"하고 새로운 시각을 얻어가시고, 이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의 요점을 한눈에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써머리를 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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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물체적 공간의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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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공부 습관과 성향을 파악하고 알맞게 전략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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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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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트 네트워크를 찾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 해결 및 동기부여
자 그럼, 각각의 항목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1. 정신적 / 물체적 공간의 분리
Compartmentalize space, both physically and mentally
1-1. 생활하는 공간을 필요한 기능에 따라서 분리
Compartmentalize your living space
자가 격리 기간 동안 본 짧은 유튜브 비디오 중에, "Spaceship You"라고 방 안에 갇혀서 지내는 상황을 마치 우주선에 생활하는 것과 비유하여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는지 다룬 내용이 있는데, 공부에 관해서도 연관이 있어 이렇게 몇 개 스크린샷을 가져와봤습니다.
이 비디오에 따르면, 갇혀서 생활하는 동안 집중력/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정된 공간에서는 특정 활동만 하는 규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는데, 과연 이 말이 사실인지 직접 실험해봤습니다.
봄학기 동안 오전에는 책상에 앉아 집중해야 될 일과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햇볕이 잘 드는 탁자에서 논문 읽기와 글 작성을 주로 했는데 실제로 이렇게 분절화해서 공간을 사용하니, 마치 자전거를 탈 때 머슬 메모리가 작동하듯이 특정 공간에서는 해당하는 일을 시작하고 몰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처럼 정해진 공간에서 일을 하는 습관을 들이니 업무를 시작하기전 워밍업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낮아진 것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예전에는 침대에서 꾸역꾸역 에세이를 쓰며 몇 시간씩 한 문단 쓰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면, 이제는 지정 워크 스테이션에서 짧고 굵게 집중하고 휴식하고 싶을 때는 아예 그 공간을 떠나는 방식으로 명확하게 영역을 구별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생활 공간이 비교적 좁은 분들은 '내 발 뻗기도 힘든데 무슨 공간의 분리를 운운하고 있냐'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카페나 도서관 열람실 등 굳이 집이 아니더라도 공부에만 집중하는 구역을 지정하셔서 머리가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몸이 먼저 눈치를 챌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고려해보셔도 좋겠습니다.
공부하는 곳에서는 공부만. 특정 공간에 들어가게 되면 공부할 기본자세가 세팅될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일 것.
1-2. 미리 워크로드 계획을 해서 정신적 공간, 즉 집중력을 분배할 것
Compartmentalize your brain by planning ahead
우리가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기에, 심지어 기계도 과부하 걸리면 열이 나는 것 아시죠? (뜨끈한 CPU를 겪어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마찬가지로, 24/7 항상 집중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머리를 쓰는 활동을 했으면 어느 정도 쿨 오프를 해줘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떨어지는 일의 퀄리티를 마주하는 참사를 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교과서 내용을 학습하고, 과제를 완료하고, 시험을 치는 것도 굉장히 두뇌에 무리가 가는 활동인데,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과제 제출일이 언제인지, 시험 날짜가 언제인지 등등 전전긍긍하느라 상당한 에너지를 쓰고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부 외에 데드라인을 맞추는데 드는 에너지를 최소화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학기가 시작하고 과제 및 시험 폭풍이 닥치기 전에 학기 전체의 중요 날짜(과제 제출일, 프로젝트 발표 날짜, 시험 날짜)를 미리 칼렌더에 적어놓는 것입니다.
아래에 나와있는 시간표는 워크 로드 플래닝의 훌륭한 예시인데, 해당하는 주에 어떤 주제에 대해 배울지 (topic), 이를 위해 어떤 내용을 읽고 공부해야 되는지 (action item), 그리고 신경 써야 되는 날짜 (due date)가 잘 나타있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얼마나 진행이 되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살펴보기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칼렌더를 바탕으로 해당 주간에 얼마나 에너지를 분배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두뇌 사용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안 그러면 금방 번아웃이 오겠죠?)
정신적 공간, 즉 집중력의 분배는 미리 한 학기 동안 과제/시험 등 중요 날짜를 개학 전에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
2. 공부 습관/성향을 파악하고 알맞게 전략 수립
Understand your study cycle and strategize accordingly
Atkinson & Shiffrin의 기억의 다각화 저장 모델에 따르면, 단순하게 듣거나 읽은 내용은 감각 기억 (Sesory Register)에 잠시 머물다가,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단기 기억 (Short-Term Memory)로 전환되고, 추가적인 반복과 강화 학습을 통해 장기 기억 (Long-Term Memory)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감각 기억이란, 주변에서 인지하는 정보를 감각 기관 (시각, 청각, 촉각 등)을 이용해 받아들이는 것인데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므로 선택적으로 집중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정보는 잊히게 됩니다. 두 번째로 단기 기억이란, 감각 기관을 통해 인식한 정보 중에 집중을 통해 짧은 기간 동안 유지되는 기억인데 지속적인 반복이 없으면 이마저도 까먹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장기 기억이란, 오랜동안 해당하는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 필요할 때마다 요긴하게 꺼내쓸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제 블로그의 모티브가 되는 "Mind Palace"와 비슷한 정보의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시험 전날에 벼락치기를 위해 한 시간 동안 챕터 3개를 읽는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에 스피드 리딩으로 읽는 내용은 감각 기억에 잠시 머물다가, 그중에서 몇 가지 집중한 키워드를 단기 기억에 저장할 수 있지만,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여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쓰고 원래 가진 지식과 융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즉, 단순한 객관식 문제로 구성된 시험에서 단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가 충분할 수 있어도, 시험의 내용이 좀 더 복잡하고 응용된 질문이 나온다면 벼락치기로 급하게 단기 기억에 저장된 내용은 부적합하겠죠?
또한, 사람마다 각각 집중할 수 있는 범위 (Attention Span)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듣고/읽고/쓴 내용의 100%가 단기 기억에 저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각각 기억의 단계에서 단순 감각 기억에서 단기 기억, 그리고 궁극적으로 장기 기억으로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를 전환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개개인의 학습 패턴을 인식하고 이에 맞게 복습과 강화 학습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겠습니다.
단순하게 듣거나 읽는 내용은 곧 잊히기 마련이므로, 감각 기억(Sensory Register) > 단기 기억(Short-Term Memory) > 장기 기억(Long-Term Memory)으로 지식을 저장하고 나중에 필요할 때 찾아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반복과 강화 학습이 필요.
3. 메타인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테스트
Metacognition: Test what you know and don't know
현재 진행하고 있는 "One Commit a Day Challenge" 위클리 체크인 시간에 매주 팀원 간 Q&A 세션을 마련해 모르는 것을 질문을 통해 해결하고 해답을 함께 탐구하면서 시야를 확장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난주 질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이 바로 "공부를 하고 나서 다 아는 것 같은데, 시험을 보면 또 아니라서, 과연 어떻게 본인이 무엇을 알고/모르는지 확인하나요?"이었습니다.
위에 나온 감각 기억-단기 기억-장기 기억과도 연관이 있는 내용인데, 단순하게 시간을 투자하여 정보를 훑어보는 것은 감각 기억에 스쳐가는 지식에 지나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진정으로 본인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해야 되는데, 막대한 양의 정보를 꾸역꾸역 반복을 통해 소화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고 결국 번아웃을 초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최대한 새로운 개념간의 관계 (hiearhy of concepts)를 파악해서 상위 개념/하위 개념에 따라 분류를 한 뒤, 새로 배운 내용이 과연 이미 알고 있는 배경 지식 또는 바로 전에 다룬 내용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파악을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무식하게 통째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두뇌에 저장되어 있는 뉴런에 인식된 지식과 연결 고리를 만들어서 새로 동떨어진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적은 멘탈 에너지가 소요됩니다.
이 개념을 활용한 상하 개념의 정리 방법이 바로, 마인드 맵과 노트 테이킹인데, 저는 아래 보이다시피 수업을 듣고 나서 상하위 개념을 들여 쓰기(indent)를 활용하여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배운 내용을 정리합니다.
또한, 화이트보드가 있으면 저처럼 주요 개념을 불렛 포인트로 정리하거나, 넘버링으로 나열을 하거나, 또는 시각화를 통해 글 또는 코드로 적혀있는 내용을 스스로 소화하고 해석한 내용으로 변환하여 나타내는 복습 및 강화 학습 과정을 통해 지식을 단순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화이트보드가 없으신 분들은, 대안으로 A4 용기에 치트 시트를 작성하듯이 배운 내용을 요약하여 어떻게 개념 간 연결이 되는지 파악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새로 배운 내용의 개념간 상하위 관계를 파악하여 이해한 바를 새로운 형식으로 정리하면서 스스로 아는 게 무엇인지/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자가 진단하고 놓인 부분을 보완.
4. 서포트 네트워크를 찾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 해결 및 동기부여
Use positive peer pressure for motivation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실천하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요소는 바로 "서포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입니다.
서포트 네트워크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질문을 하고 앞서 겪어본 사람이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며 서로 트러블 슈팅을 도와주는 모임을 말합니다. 스터디 조원이 될 수도 있고, 같은 어드바이저나 PI 밑에서 일하는 랩 멤버도 될 수가 있고, 아니면 단순히 인터넷 Stack Overflow에서 똑같은 에러 메시지로 디버깅을 하느라 매달리고 있는 익명의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쉬운 것을 물어봐서 다른 사람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수치심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물론 구글에 검색하면 바로 답이 나오는 뻔한 질문은 피해야겠지만, 직접 찾아보고 고민을 해도 뾰족한 답이 없는 문제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도 경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 것보다는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반 친구들에게 또는 조교에게 "A에 관한 문제를 겪고 있어서, 찾아보니 B라는 대안이 있는데 적용했더니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학기 가장 큰 난관인 운영 체제 수업의 경우, 디스코드라는 메신저 채널을 통해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친구들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 살펴보고 서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힌트도 얻고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실제 교실에서 머리를 싸매고 디버깅을 하는 클래스메이트를 볼 수 있었겠지만, 이렇게 디스코드 채널을 통해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학습 환경으로 인해 도서관에 가서 면학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 그 해결책으로 저는 직접 "공부방"을 꾸려갔습니다. 미국 동부, 한국,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함께 참여해주신 분들 덕분에 연결감을 느낄 수 있었고 혼자 섬에 떨어져 묵묵히 공부하는 것 같은 고립감도 덜했습니다.
이와 같이 "서포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지속적인 공부에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으니,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와 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비슷한 관심사와 고민을 갖는 사람들을 모아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합시다.
코비드 사태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교육 및 업무 환경의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이 세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그러니 변화한 환경에서 적응 방식을 파악하고 버텨나갈 수 있도록 합시다. 블로그 포스트에 대한 질문이나 제안은 코멘트로 남겨주세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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