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9. 14:24ㆍHealth/Mind
내가 사는 이 곳에도 가을이 왔는지 저녁때가 되면 꽤 선선해지는데, 이 참에 버터넛 스쿼시 라비올리를 사서 양파와 버섯을 볶아 프로슈토와 파마산 치즈를 올려먹었다. 디저트로는 따뜻한 싱가포르를 그리워하면서 용과를 반을 잘라 아까 페리 빌딩에서 사 온 콘플레이크와 버본이 섞인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먹었다. 그런데 정말 우연하게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밥을 먹는 것도 아니고, 누가 차려준 저녁도 아닌데, 이 수고스럽고 소박한 한 끼에 장보기부터 재료 준비, 요리, 설거지와 청소까지 이 모든 과정을 다소 귀찮지만 너무나 익숙하게 자연스럽게 같이 해나간다는 사실에 만족감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게 바로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인가'하며 굉장히 어리둥절했다.
물 흐르듯이 지나가는 일상 외에 내가 한 평생 중심을 둔 커리어, 학업, 돈에 관해서는 객관적인 지표만 놓고 보았을 때 가장 불확실하고 진전이 없는 상태인데 신기하게도 행복이라는 감정이 느껴진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심지어 '나 이래도 되는 건가?' 하고 나 스스로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해 허락을 맡아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행복이라는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고, 그저 짧은 순간에 느끼는 긍정적인 느낌 정도로 인지하고 있었는데, 올해 계획한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바람에 끊임없이 '도전-노력-성취 또는 실패' 사이클에서 쏟아지는 도파민의 노예가 된 내 뇌가 잠잠해진 틈을 타서 이런 미묘하고 말랑말랑한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 틀림없다.
여태까지 오는데 원동력이 되어준 것은 짜릿하고 자극적인 (직접) 경험의 추구였고, 내 성향과 잘 맞았기에 이 방법의 타당성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 이 방법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서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모른 채로 방향성을 잃고 방황했었다. 다행히도 이 상태는 육 개월 만에 마무리되었고, 오늘 새로운 나침반을 발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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