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5. 10:35ㆍHealth/Spirit
코로나로 인해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지 벌써 육 개월이나 지났다. 한 번도 처해본 적 없는 상황에서 신기하게도 슬슬 적응을 하는지 과거의 일상에서 즐겼던 소소한 활동들을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대체재를 찾아서 버텨내고 있다.
몇 가지 새로운 변화가 있다면, 첫 번째로 주기적인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보통 운동이라고는 체육관에 가서 집중적으로 중량 치면서 땀을 빼고 오는 것을 선호했는데 요새는 야외 체육관이 개방되어도 옛날처럼 하기엔 꺼려져서 대신 사람이 비교적 없는 한적한 곳에 가서 하루에도 몇 번씩 산책을 하게 되었다.
아래 사진은 한동안 산불로 공기 오염수치가 높다가 드디어 깨끗해진 기념으로 햇볕이 잘 들 때 근처 공원에 나갔는데 운 좋게도 무지개를 발견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식물을 팝아트적으로 재해석한 그래피티도 보고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이번 주말에는 좋아하는 친구를 새집에 초대해서 추석맞이 갈비도 만들어먹고, 이런저런 사는 얘기도 캐치업도 하고 만족스러운 소셜 활동도 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페이퍼 리딩 그룹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화면을 통해 교류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아서 대면으로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다를 떠는 게 나도 모르게 많이 그리웠나 보다.
친구가 집들이 선물로 준비한 맛있는 아몬드 케이크는 급하게 먹느라 차마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센스 있는 코스터 선물은 남아서 볼 때마다 기분 좋게 한다. 나무 테이블과 찰떡인 디자인이라 친구가 이 선물을 고르면서 얼마나 고민했을까 정성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마음이 훈훈한 참에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작게나마 손편지를 써서 가족들에게 보내려고 하는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너무 익숙해져인지 편지처럼 아날로그 형식이 낯설게 느껴진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진 틈을 타서 지금 겪고 있는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 더 잘 알고 계신 교수님과 미팅을 무려 내일 아침 10시에 잡았다. 예전 같으면 교수님 오피스아워에 찾아가서 상담을 가서나 약속을 잡았겠지만, 지금은 물리적 공간이 없어지고 대신 "줌 링크"와 "칼렌더 초청"을 보내야 되는데 편리한 것 같으면서도 아직은 영 어색하다.
변화한 환경에 겨우 적응했는데 이 중에서 몇 가지는 또 새로운 형태로 바뀔 것이고, 이에 맞게 생활을 바꿔갈 수 있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다. 과연 내가 준비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처럼 일단 직접 경험해보고 부딪혀보면서 배우려고 한다.
뜬금없는 생각인데, 이번 사태로 나아진 점이 있다면 인내심인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애쓴다고 해도 세상에는 능력 밖의 것들이 많고, 어떨 때는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 손을 놓고 기다리는 수밖에, 그리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고 있다. 인생을 살면서 언젠가는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런 현실 인식과 좌절을 생각보다 더 일찍 겪게 되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누군가가 말했듯이 냉정한 현실 인식을 하되 세상에 찌들어 비참하고 씁쓸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능력 되는 한도 안에서 소소한 일상을 꾸려나가야겠다. 행복지수를 1-10으로 나타낸다면 (1: 최하, 10: 최상), 요새는 꾸준히 6-7 범위 안에 있는 것이니 이 정도면 괜찮은 삶 같다.
이번 주 마지막 산책에서 운 좋게 목격한 보름달을 보면서 기분 좋게 주말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주를 맞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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