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 스테이 2일차: Who & What

2019. 7. 22. 20:39Health/Spirit

"템플 스테이 1일차: Why & How" 에 이어서...


WHO

이번 짧은 템플 스테이 동안 많은 보살핌과 가르침을 받았다. 평소에 내가 주로 교류하는 사람들과 전혀 공통점이 없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배울 점이 있던게 아닐까.
 
    • 환희지 보살님은 속세와 불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시며, 종교에 1도 모르는 나에게 쉽고 편안하게 새로운 영적인 개념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고 러닝커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인내심을 갖고 온전히 이해할때까지 기다려 주셨다. 
    • 심훈 스님은 평소에 볼 수 없는 비범한 분이신데 부드러움 속 강함이라는 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습을 띄고 계셨다. 그 경지에 이르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련과 고난을 거치셨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과거에 사로잡혀 자책을 하며 동시에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해하는 나에게,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할 것을 강조하시며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셨다. 
    • 한쌍의 중년 부부: 템플 스테이에 부부가 참석하다니 친구처럼 사이가 좋나보다 라고 생각했으나, '차담'시간 동안 두분의 속사정에 대해 알게되었다. 여자분은 부인 질환으로 십여년간 고생을 하시며 호르몬의 변화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으셨지만 끝까지 본인의 일자리를 지켜내셨고 결국 가족내 많은 갈등이 있었으나 솔직한 대화로 안정된 현상태에 도달하게 되셨다고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셨다. 마지막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한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여쭈어보니, 그 대답이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서로 원하는 바를 터놓고 이야기했다고 말씀하셨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채로 억울려 살아가기 때문에, 실제로 기대치와 현실이 달라서 마찰이 생기는 것은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좋은 징조라고 하시며 많이 부딪혀보고 스스로에 솔직한 인생을 살아갈 것을 권하셨다. 

WHAT

  • 깨달음: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일으키는 초월적인 존재가 있다고 가정할 때, 영적인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어쩌면 당연하게 인정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나치게 계산적인 현실주의자로 살아온 나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다행히도 이번 템플 스테이를 통해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그리고 영적인 존재에 인생을 헌신하는 승려들과 함께 지내면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100% 뜻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공통의 목적과 관심사(e.g., 진리 추구)를 가진다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느낀점: 결국에 삶을 산다는 것은,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잘' 죽을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지만, 죽음은 언젠가 맞이해야 될 관문이며, 현시점부터 그 때까지 나의 경험이 업보 또는 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 가르침: 심훈 스님께서 말씀하시길, 모든 인간은 각자 주어진 운명이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운용할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하셨다. 따라서 내 통제 밖에 있는 직면한 주변인의 상황을 자책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해봤자 결국 그 노력은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해당사항은 본인이 직접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프로그램 중에 가장 좋았던 차담. 스님이 직접 차를 우려주시며 함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 

정해진 일정 외에 별도로 '기와 그리기 활동'을 신청해서 주어진 도안에 색칠하는 시간을 가졌다. 환희지 보살님이 흙탕물에서 꽃을 피워내는 것을 보고, 불교에서는 연꽃을 '고난을 이겨내고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의 모티프가 되었다고 말씀해주셨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시기적절한 그림 선택이었다.

퇴소할 시간이 되어 짐을 챙기러 숙소에 왔더니 그새 보리가 나를 찾아 문앞에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맨처음 이곳에서 나를 반겨준 것도 보리인데 마지막 배웅까지 함께 해주는구나. 

잠깐 왔다 떠나는 방문자인데도 따뜻하게 맞이해준 보리와 환희지 보살님 그리고 심훈 스님. 모두가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지친 몸과 마음을 푹 쉬고 갈 수 있게 배려해주시고 내 페이스대로 '진리'를 찾아가는데 아낌없이 나눠주셨다. 

이처럼 계곡물이 졸졸 흐르고 마침 입산하기 전 토요일에 지리산에 비가 쏟아져서 평소보다 물살이 강했다. 절에 머무르는 동안 계속 백색 소음으로 물소리가 들려서 잠을 설칠 정도였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물에 입산할때 가져온 걱정과 후회가 씻겨나가는 듯 했다. 처음 방문한 절이지만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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