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27. 21:45ㆍTech & Science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2017년 10월말, 뉴욕에서 5년간 삶을 뒤로하고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기로 결심을 했다. 마음만 먹으면 미국 동부로 돌아올 수 있겠지만 '언제 시간내서 하버드를 가보겠나' 싶어서 무작정 보스턴으로 갔다. (한 때 하버드 보건의료 대학원은 나의 드림 스쿨이었으나, 헬스케어 분야의 비효율성+환자 생명보다 이익 추구 등 어두운 면을 알고나서 마음 접음. 이 이야기는 다음에...)
마침 의대에서 리서치를 하고 있는 지인이 있어서 여기서 만나서 캠퍼스 투어 시작. 내가 궁금했던 곳은 보건의료(Public Health)대학원이라서 의대는 내부를 살펴보지도 않고 바로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했다.
목적지 1.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일단 들어왔는데 같은 층인데 건물이 두개로 나눠져있어 구조라서 헤메다가 표지보고 방향 잡음. 바이오인포매틱스 학과도 궁금했지만 먼저 가까운 면역학과 구경하러 출발.
면역학과가 질병의 확산을 예측하는데 수학적 모델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혹시나 접점이 있을까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복도에 교수님의 리서치 분야와 학계에 발표한 포스터가 잘 나와있었는데 몇가지 인상 깊은 것을 추려 사진을 찍었다.
Knashawn Morales, Sc. D. 교수님의 연구 포커스는, 장기간에 걸쳐 관찰한 데이터가 여러가지 가설과 질병이 겹침으로 중요한 발병 과정이 간과될 수 있어서 "Latent variable modeling"을 통해 복잡한 데이터의 레이어와 사용 가능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그 예시로, 1) 노인들의 생존가능한 치료법에 대한 선호도의 안정성, 2) 노년기의 우울증의 발달 과정, 3) 비만 예방 연구에서 체중 감소 패턴 연구가 있다.
※ 교수님 호칭 뒤에 붙은 Sc.D.(Doctor of Science)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보니, 보통 나라마다 다른데 "Doctor of Science is a sort of super-Ph.D."라고 한다. (Source: Academia Stack Exchange)
이처럼 연구에 뽐뿌 오게 하는 영감을 얻고 휴식공간으로 갔더니 마침 공짜 책을 나누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얼씨구나 하며 주섬주섬 챙겨왔다. 생각지도 못한 득템에 매우 기운 좋은 상태로 다음 목적지로 출발.
목적지 2. Harvard Business School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은 보건의료 대학원과 꽤 떨어져 있어서 (무려 2.8마일) 밥먹고 산책이나 할 겸 찰스강을 건너 걸어가기로 했다.
보스턴은 뉴욕에 비해서 인구밀도가 낮은데 (보스턴: 5,344/km², 뉴욕: 10,194/km²) 그걸 감안하고도 사람들이 안보여서 다들 어디있나 했더니 강가에 모여있었다. 프레피함의 절정을 보여주는 유니폼 맞춰입은 조정팀과 이들을 응원하는 관중들은 대부분 딱봐도 돈 많은 집 자제들과 그들의 모부들.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의 학생회관 같은 곳이었는데 화보에서 나올듯한 깔끔하게 생긴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어서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워크로드에 스트레스 받고 쩔어있는 현실감 넘치는 대학원생을 한명이라도 마주칠 거라고 예상했으나 내가 방문했을 때는 아쉽게도 없었다.
학생이라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보내는 중앙 도서관에 가서 얼쩡거리다가 어색한 사진 한장을 남겼다.
학부때 도서관 앞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을 보고 '남들 공부하는 곳인데 무슨 사진...'하며 눈초리를 줬던 과거를 반성해본다. 그 장소에서 머리 쥐어뜯으며 페이퍼 쓰면서 밤 새본 적이 없으면 고통스러운 공간이 아니라 그냥 멋있는 건축물로 보인다.
멀리서 바라본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 도서관
글을 마무리 하면서, 짧은 캘리포니아 생활을 마치고 돌이켜보니 하버드는 너무 잘 다듬어져있어서 나처럼 와일드한 사람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들도 나의 연구를 원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지난 2년간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내 취향과 가치관이 많이 변했음을 느낀다. 앞으로 2년 대학원 생활을 통해 내 시야가 어떻게 확장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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