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7. 19:00ㆍWorld/Travel
내 생애 첫 번째 서핑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였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기본 동작 순서와 중심 잡는 법에 대해 배웠다. 겁이 없게도 수영도 못하면서 서핑 레슨을 덜컥 신청해서인지 웻수트 위에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나갔던 기억이 난다. 그룹 레슨 내내 나는 별로 한 것 없이 다른 사람들을 쫓아가기 바빠 쉴 새 없이 패들링을 하면서 물에 빠져 익사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었다. 즐거웠기보다는 매우 힘들고 추웠다. 사서 왜 이런 고생을 하나 싶을 정도로 별로인 경험이었다.
그래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음에 혼자 훌쩍 떠난 여행에서 서핑을 다시 도전했다. 두번째 서핑은 엘 살바도르 산 살바도르에 바닷가에 위치한 리조트에 가서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 심심하던 차에 호기심에 들린 서핑 스쿨에서였다. 첫 번째에 비하면 대충 감도 잡고 1:1 맞춤 수업이라서 더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여전히 수영은 못 했지만 개인 레슨이라서 마음이 놓였는지 지난번보다 훨씬 수월하게 서핑보드 위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석사를 마무리하고 오아후에 휴가를 와서 숙소에 짐을 푸르고 해변에 나가 가장 먼저 서핑 레슨을 신청했다. 6시간 비행으로 쌓인 피로가 풀리자마자 다른 일정은 제쳐두고 가장 빨리 가능한 시간에 서핑 레슨을 예약했다. 내 나이에 2배나 되는 시간 동안 평생 서핑을 했다는 강사님의 차분함 덕분인지, 아니면 따뜻하고 투명한 바닷물 덕분인지 덜 긴장한 채로 이번에는 꽤나 만족스럽게 보드 위에서 중심을 잡고 설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시도에 그나마 괜찮은 발전을 하게 되었는데, 문득 내 인생도 서핑을 배우는 과정도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첫 번째에 상황을 금방 파악하고 빠르게 적응하면 이상적이겠지만, 두세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비로서야 나한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방식이 여태껏 내가 경험한 삶의 흐름과 일치했다.
만약 첫번째 두 번째 실망스러운 배움의 과정에서 중간에 포기해버렸다면 세 번째의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발전을 볼 수 있었을까? 아직도 내가 서핑을 취미로, 제대로 즐긴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어설프다. 그래도 점차 어떻게 무게중심을 잡는지, 어떤 파도가 적당한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내 나이보다 더 많은 횟수로 바다에 나가서 연습을 하다 보면 언젠가 자전거 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파도를 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