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26. 08:48ㆍ카테고리 없음
마지막으로 이 블로그에 글을 쓴 적도 벌써 일 년이 지났다. 그동안 들었던 수업에서 모두 A를 받았고, 처음으로 조교를 해봤으며, preprint로 서베이 페이퍼를 하나 썼고, 커미티 멤버를 꾸리고, 여름 인턴십을 잘 마무리했고, 졸업 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오퍼를 받았다.
레쥬메에 적을만한 결과만 늘어놓으니 재미없게 산 것 같지만 그동안 샌프란시스코 도시 남쪽에 있는 Pacifica도 여러 번 다녀오고, 다리 건너 Sausalito로 훌쩍 떠나기도 하고, 하와이는 두 번씩이나 다른 두 섬에 가서 잘 놀다 왔다.
맨 처음 락다운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갑작스럽게 닥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감에 빠져 아무것도 안할거야 라고 자포자기한 반면, 파트너가 "이 기간을 잘 보내면 언젠가 이 판데믹이 끝날 때 더 강하고 준비된 모습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일 년 반을 차곡차곡 알차게 보내고 나니 아직 판데믹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2020년 초반보다 더 자신감 있고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웃긴 것은 "자기계발을 해서 더 멋진 내가 될 거야!"라는 목표를 비장하게 갖고 일 년 반을 버틴 것은 아니라, 그냥 매 순간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 과정을 즐기면서 현재에 충실하다 보니까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성과가 나왔다. 난 평생을 목표를 세워놓고 전력 질주하고, 그 목표에 다다르면 과거의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는 릴레이의 연속이라서 이렇게 뚜렷한 목적 없이 과정을 즐기면서 비교적 긴 시간을 보낸 것이 하나의 새로운 시도였는데 잘 풀려서 신기하기도 하고 앞으로 이렇게 쭉 과정을 즐기면서 목표 없이 살아도 되겠다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