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1. 09:25ㆍHealth
처음으로 운동을 진지하게 시작한 것은 아마 2014년에 Equinox에서였다. 1번 지하철을 타고 72번가에서 내려 길을 걷다가 모던하고 감각적인 공간이 있어서 궁금증이 들어 지나치지 않고 들어갔는데, 굉장히 깔끔하고 쾌적한 체육관이 나타났다. 유칼립투스향이 공간 전체에서 났는데 (나중에 조인하고 알게 되었는데 Equinox는 유칼립투스 오일로 된 수건을 운동 후 땀을 닦을 수 있도록 제공한다)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에 이끌려 멤버십 가입까지 하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제대로 된 운동이라고는 체육 시간에 체육장 또는 운동회 정도라서 대부분의 기구들을 사용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러닝머신이나 사이클 위에서 대충 유산소만 하고 오기 마련이었다. 그러던 도중, 신규 회원에 한해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1회 무료 제공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돌아오는 다음 주에 바로 싸인 업하고 생애 첫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다. 첫 세션에 앞서서 간단하게 메디컬 히스토리, 보완하고 싶은 점, 간단한 체력 테스트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험 성적표를 받고 담임 선생님과 과목 별로 나누어 이것저것 분석하고 앞으로 어떤 대학 및 학과에 지원할지 얘기하는 것이 내 유일한 "진단 및 분석" 경험이었는데, 이렇게 매 순간 나와 함께하는 몸에 대해 자세히 전문가와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얘기하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첫 번째 트레이닝 세션에서는, 트레이너가 진단한 내용에 맞춰 알맞은 운동 계획을 짜서 한 동작씩 시범을 보여주고 어떤 곳에 효과가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했다. 최종적으로는 트레이너가 없이도 정확한 동작으로 반복할 수 있도록 몸에 익을 때까지 여러 세트를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이 첫 번째 세션을 통해 눈에 띄는 건강에 변화나 있었거나 트레이너의 지도 방법이 특별했다는 것보다는, 처음으로 건강에 관심을 갖고 운동이 삶의 큰 부분이 되는데 첫걸음을 띄게 되었다는 것으로 의미가 있었다.
운동이 내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지 횟수로는 9년 차가 되었다. 그동안 어릴 적 공에 대한 트라우마로 피하던 야구, 소프트볼, 테니스도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도전해보기도 하고, 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회피했던 수영도 익히고 휴양지에 가면 꼭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운동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도 하고, 일에서 공부에서 막힐 때면 운동은 머리도 식힐 수 있고 또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을 떠올리는 휴식처이자 탈출구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운동에 대해 좀 더 과학적으로 깊게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대학원을 다니면서 들게 되었다. 하지만 수업 들으랴, 연구하랴, 이래저래 바쁜 대학원생으로 전공과 아무 관련 없는 스포츠 의학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2년여간 제한된 시간에 감당할 수 없는 사치라고 생각되어서 졸업할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이처럼 뜻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던 꿈(?)은 드디어 대학원을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하기 전 한 달여간 시간이 남으면서 미미하게나마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리서치를 해보니, 공신력 있는 스포츠 의학 자격증 에이전시 여러 개 중에서 신체 구조와 과학적 연구에 기반을 둔 the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 (ACSM) 이 가장 적합한 것 같아서 이곳에서 퍼스널 트레이너가 되기 위한 지식을 쌓고 자격증 시험을 치기로 했다. 시험을 치려면 일단 만 18세 이상이고,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해서 미국 적십자사 (American Red Cross) 기관이 주관하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가지 모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온라인 모듈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을 쌓고 오프라인에서 지도자의 감독하에 모형에 심폐소생술을 수행하는 스킬 체크가 있다.
온라인 러닝 모듈은 총 31개로, 내가 신청한 프로그램은 성인과 소아 모두 포함하는 매우 포괄적인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심정지(Cardiac Arrest)와 심장마비(Heart Attack)가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학습자가 게임 형식을 통해 의사 결정 연습을 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나는 마침 긴 휴가에서 돌아온 참이라 슬슬 일에 시동도 걸 겸사겸사 5일 동안 매일 10~30분씩 일주일에 걸쳐 완료했다.


온라인 파트가 끝난 후에는, 정해진 스킬 체크 시험장에 가서 사람 머리와 상체 모형에 실습을 한다. 온라인에서 시뮬레이션과 클릭을 통해 배운 내용을 실제 상황에서 적용하려니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는데, 모형 오른쪽 어깨 위에 있는 전구가 정확한 위치와 속도 압력에 따라 파란불 또는 빨간불로 변해서 제대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지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실습에서 또 기억에 남는 점은,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AED),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익힌 것인데, 전류를 전달하는 패드가 피부에 닿는 경우 미세한 2도 경증 화상을 일으킬 수 있어 심장 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와도 함부로 제거하지 말라는 틈새 지식도 배웠다.

ACSM-PT 자격증 시험까지는 한달도 안 남았지만 일단 첫 번째 시험 응시 조건을 갖췄으니, 남은 기간 동안 시험 양식에 대해 살펴보고 예상 문제를 풀어서 감을 잡으려고 한다. 어차피 사이드잡이 목적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운동의 효과에 대해 알아보고자 시작한 공부니까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겁게 즐기려고 한다. 일단은 CPR 자격증 조건은 일단락되었으니 앞으로는 시험 준비 과정에 대해서 블로깅 할 예정. 많관부!